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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온 생각/행복

행복론

elimcy 2012. 12. 22. 14:11

행복은 있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노오란 엉겅퀴 꽃잎에…
우리시대 작가 20人이 말하는 ‘행복론’

“요바닥에 엎드려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뭔가 쓰는 일은 분수에 맞는 옷처럼 나에게 편하다.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나만의 일인 소설 쓰기를 나는 꼭 한밤중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하고 싶다.”
지난 1월22일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1971년에 쓴 글 중 일부다. 막 등단한 무렵이었던 당시 그는 “서재에서 당당히 글을 쓰는 나는 정말 꼴불견일 것 같다”며 한껏 자신을 낮춘다. 이어 앞서 인용한 문장을 언급한 작가는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가 있고, 알맞은 촉광의 전기 스탠드가 있고,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라도 할라치면 여왕님이 팔자를 바꾸재도 안 바꿀 것같이 행복해진다”고 털어놨다. 그야말로 진솔한 ‘작가 행복론’이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 ‘그래도 행복해지기’(북오션)는 이 시대의 ‘멘토’ 20인이 전하는 행복론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박완서 작가를 비롯, 윤후명·송길원·장석주·노경실·서정윤·방귀희·양애경·엄광용·고정욱·허영자·이채원 등 시인·작가들이 전하는 행복의 비결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인들은 소박한 삶에서 느끼는 행복의 참맛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소설가 윤후명씨는 ‘행복이 눈에 보이는 시간’이라는 글에서 서해의 한 섬에서 발견한 ‘노란 엉겅퀴꽃’에 대해 경탄해마지 않는다. 그는 “이 세상에 붉거나 흰 엉겅퀴밖에 없는 줄 알았던 내게 노란 엉겅퀴를 보여준 섬이 있었다. 그 발견에 나는 기쁘다”면서 “그러한 경이로움을 만나는 일에 앞서서, 꽃을 보려고 시간을 바쳐온 내 인생에 나는 기쁘다”고 밝혔다. “행복이란 내 눈에 보이는 사물을 누리고 공부하여 마음을 쌓는 것”이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장석주 시인은 ‘행복에 대한 단상’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소박한 행복론을 펼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정작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면서 “행복의 자원들을 쓸데없는 걱정, 두려움, 스트레스에게 쉽게 빼앗겨버리는 까닭”이라고 진단했다. 시인은 이어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면서 “행복한 사람은 불행의 조건에 처할 때조차 그 불행의 감염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길원 목사는 ‘감사로 찾아오는 행복’이란 글에서 손아래 누이의 투병 사연을 전하면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해 말 큰 수술을 끝낸 누이가 병실에서 오빠를 찾았다. 부랴부랴 달려간 송목사에게 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오빠, 사으합니다.” 감동한 송목사는 누이를 와락 끌어안고선 “오냐, 나도 우리 선옥이 사랑한다.” 그리고 누이를 안은 채 기도했다. “하나님, 내 누입니다. 속히 회복시켜 주셔서 우리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우리 더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도 눈시울을 붉혔다. 따라나선 아내도 눈물을 훔쳤다.
서정윤 시인 역시 “가까운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며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인·작가들의 진솔한 행복론은 항상 물질적 충족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는 오늘날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문화일보,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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